한번보고, 두번보고, 계속봐도 안질리는 영화 있으신가요?
영화를 눈이 아닌 귀로만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가끔 그렇습니다. 영화는 보고싶은데 땡기는건 없고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한 영화.
바로 완득이 입니다.
1. 줄거리
주인공 완득이는 어려서부터 춤꾼인 아버지밑에서 자랐습니다. 왜소증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캬바레 춤꾼 입니다. 그런아버지를 따라 어른들의 세계인 캬바레에서 남은 안주와 과자를 먹고 자란 완득이 입니다. 완득이는 엄청 삐뚤어지고 싶지만 천성이 착하고 스스로를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삐뚤어 질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생이된 완득이는 불우한 환경 말고 또 살고싶지 않은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똥주 입니다.
똥주는 낮에는 학교에서 완득이의 담임선생님으로 완득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하여 그를 괴롭히고 밤에는 완득이집 맞은편에 사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어서 온갓 심부름과 참견으로 완득이를 괴롭힙니다. 완득이의 담임선생님인 동주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완득이를 살펴주는척 괴롭히지만 이상하게 정의롭고 어딘가 괴짜스러운 선생님 입니다. 동주는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하고 학대하는 아버지에게서 환멸감을 느껴 집을 나옵니다. 혼자 살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를 세우고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그들을 돕습니다. 어느날 완득이는 없다고 생각한 엄마를 갑자기 만나게 됩니다. 완득이의 엄마는 필리핀 사람으로 완득이가 어릴때 아버지와 헤어졌습니다. 우연히 동주가 운영하는 이주민노동자 모임을 통해서 완득이 앞에 다시 나타나게된 엄마 입니다. 완득이는 엄마의 등장에 마음에 회오리가 칩니다. 왜 세상이 가만히 있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주의 도움으로 좋아하는 운동을 시작하고,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고 이성친구도 생기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이 좋아지는 완득이 입니다.
2. 캐스팅
1) 도완득 - 유아인
완득이 역할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있을까요? 극중 완득이는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혼혈아 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유아인님의 거무잡잡한 피부와 도톰한 입술이 아주 약간 혼혈아 같기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항적인 이미지 이지만 속내는 여린 완득이를 유아인배우가 세심한 감정연기로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지구상 어딘가에 이런 고등학생이 정말로 있을것 같은 친숙하면서도 귀여운 완득이 입니다.
2) 동주 - 김윤석
완득이의 숙적 담임선생님 동주역은 대배우 김윤석 님이 연기하셨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배우인 김윤석님 입니다.
김윤석님은 많은 영화에 출연하셨는데요, 배역마다 연기와 말투, 표정까지 마치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완득이 에서는 어느학교에나 한명은 있는 괴짜 노총각 선생님 역할을 맡았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이런 선생님이 계셨는데요 동주를 볼때마다 그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동주는 괴짜 선생님 이기도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주는 의로운 사람입니다. 의외로 기독교 신자 이구요,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노총각 남자 이기도 합니다. 영화 후반부 완득이집에서 다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흥에 겨워 다같이 춤을추는 장면에서도 아주 귀엽게 춤을 춤는 모습도 동주 그자체 였습니다.
3) 정윤하 - 강별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윤하 역은 강별배우가 연기 했습니다. 다른사람들에게 늘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윤하는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들켜되 될 친구로 완득을 선택 했습니다. 똑 부러지고 야무지지만 아직은 감정표현에 미숙한 청소년 이지요. 강별 배우는 완득이 이후 많은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활동 중 입니다.
4) 이숙희 -이자스민
완득이의 친엄마 역할에는 실제 베트남사람인 이자스민 님이 연기하였습니다. 이자스민님은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여 한국에서 거주중이신 진짜 다문화가정의 어머니 입니다. 본업이 연기자는 아닌데 우연한 기회로 완득이에 출연 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가 방영되기 몇년전 인간극장 이라는 다큐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본 일이 있었습니다. 똑부러지는 성격에 친화력이 좋아 주변에 친구도 많고 또 아이들도 정말 훌륭하게 키우는 슈퍼우먼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다시만난 완득이에게 "잘 커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한는 그녀의 음성에 많은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꼇습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 사랑, 대견함 그리고 또 다시 같이 살수 있다는 희망까지 입니다.
3. 원작
소설 완득이는 김려령작가의 청소년소설 입니다. 청소년 소설답게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고 툭툭 던지는듯한 문체로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책을 술술 읽어 내려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보고 소설을 봤는데요,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얼굴과 장면이 같이 오버랩 되어 책을 정말 술술 읽어 버렸습니다.
잘 써진 소설을 영화로 또 잘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인 완득이 입니다. 10년후, 20년후에 봐도 완득이는 영원히 귀여운 사춘기 소년으로 제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4. 총평
완득이를 보면서 만약 내가 완득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세상을 미워하고 나쁜길로 빠지지 않고 잘 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득이가 삐뚤어지지 않은것은 아마도 티는 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서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부모를 미워할수 있는 완득이 인데 자신을 살뜰히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삼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완득이의 마음이 완득이의 눈빛에서, 아버지를 조롱하는 사람에게 날린 주먹에서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내내 저를 웃게한건 동주 입니다. 저런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내 고등학교 시절은 조금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영화에서 또한가지 인상 깊었던것은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 장애인, 교육문제등 여러 사회문제를 보여준 것 입니다. 이 모든 주제는 항상 뉴스에서 어둡게만 소개되고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에서는 재미있게 보여주는 한편으로 허를 찌르는 전달감으로 우리에게 말합니다. 자칫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도 약자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이웃 이라는 것을요.